목적지는 정릉이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고른게 그렇다. 지하철을 타고 정릉역까지 가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바로 집까지 걸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다.

집 앞에서 6호선을 탔고 보문역에서 두 량짜리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탔다. 흡사 유럽의 트램을 탄 기분이었다. 지하철역에서 정릉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안내표지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두리번 두리번 안내 표시를 갈림길에서는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릉은 신덕황후의 능이다. 조선 1대 태조의 두 번째 왕비다. 태조가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을 찾았을 때,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준 주인공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천원을 내고 능으로 들어서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안내가 눈에 확 뜨인다. 이 사실은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화가난 부분도 있었다. 능 내부에 현대식의 화장실이 능 정면쪽에 있는 것이 그랬다. 분위기 못 맞추고 확 눈에 띄도록 만든게 영 거슬렸다.
능으로 가다가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웬 철판을 깔아 다리를 놓은 부분도 그랬다.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세계의 문화유산인데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건물 유지보수에 쓰인 시멘트가 유독 눈에 거슬렸다. 저기에 꼭 시멘트를 발라 놔야 했을까 하고 말이다. 더군다나 쩍쩍 갈라진 모습이었다.

정릉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흥천사라는 큰 절이 있었다. 의외의 크기에 놀라기도 했다. 이 절은 태조가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을 조성하고나서 그 원찰로 세운 절이라고 한다. 태조의 후원을 받아 사리전을 세워 부처의 사리와 대장경을 보관하였다고도 한다. 정릉이 도성 안쪽에 있었다고 하며 이 흥천사도 원래는 종로구에 있었다고 한다.

불교 신자가 아니기에 잘은 모르지만 절의 규모는 봉은사와 비교할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 경 내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될 것 같아 조심스레 나왔다.

흥천사를 나와서 터벅터벅 걸어 자주 다니던 낙산 근처까지 왔다. 중간에 대중교통을 타고 가게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었다. 멀리 우리 동네가 보인다.

작년 겨울에는 일주일이면 서너 번씩은 이 동네로 산책을 왔었는데 올해는 이렇게 주말이나 되야 찾게 된다. 정감가는 동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