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라는 것을 개발하게 되면서 난 어깨를 으쓱하는 일이 꽤나 많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포를 한 덕분이었다. 이것은 제품을 만드는 조직에서 안드로이드를 선행 연구를 하던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안드로이드에 생소했기 때문에 나와 같은 일을 했던 친구들은 앞에 나서는 일이 꽤나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개발 조직이 세팅이 되고 실제 개발이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정말 바빠졌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물어본다고 찾아오고 세미나를 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가장 나를 힘들게 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은 어느 금요일 밤에 일어났다. 이미 퇴근해서 집 근처에서 지인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긴급 호출을 받았다. 그때 아무 생각없이 반바지 차림으로 금요일 늦은 밤에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삼일 밤샘을 하고 월요일에 퇴근을 했었다. 물론 주말에는 집사람이 옷가지를 가지고 와야만 했었다. 처음엔 우리가 만든 코드를 기계어로 만드는 컴파일이라는 것이 안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 선뜻 나선것이었다. 실제로 몇 시간 안되어 일을 마쳤다. 그런데 진짜는 그 다음이었다. 성능이 저하되서 기기를 사용 못할 수준이 되는거였다. 이놈을 잡겠다고 이틀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매달렸고 결국엔 해결을 하고 퇴근길에 올랐다. 그날은 정말 단잠을 잤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문제만 터지면 나에게 들고 왔고 세미나 요청도 쇄도했다.
일만 터지면 투입이 되었던 이유는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안드로이드라는 놈을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는 애플이 막 아이폰을 내 놓은 시기여서 그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수요가 막 시작할 때였다. 시대를 잘 타고나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그런 때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를 같이하는 동료들에게 ‘안드로이드 뉴스’라는 제목으로 매일 이메일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롭게 태동을 하는 플랫폼이었고 대만에서 첫 안드로이드폰이 나올 때라서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았다. 나와 같은 엔지니어들이 주로 보는 웹사이트들에서도 연일 분석기사를 내 놨고 여러 신문에서도 이런 저런 동향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도 사용기 뿐만아니라 안드로이드 자체에 대한 분석들과 전망도 꽤나 있었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는게 하나의 업무이자 즐거움이었다. 같이 지원을 했던 친구들과 메일로 관련 기사를 서로 공유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차츰 기사를 공유하는게 재미있었고 나만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뉴스라는 제목으로 매일 밤에 메일을 돌리기 시작했다. 메일링 리스트는 요청이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를 했다. 주말은 빼고 매일 대 여섯개의 기사나 블로그 링크를 공유하는 간단한 이메일이었다. 스마트폰과 관련이 없었던 부서와도 미팅을 하고나면 그 분들도 메일링 리스트에 추가를 해드렸다. 그렇게 하루도 빼 놓지 않고 1년 정도를 했다. 230여회를 보내게 된다.
안드로이드 뉴스 덕분이었을까?
첫 안드로이드폰을 시장에 출시하고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다른 부서에서 러브콜을 받게 된다. 내가 있던 연구소 내의 부서가 아니라 자동차 관련 연구를 하던 조직에서 말이다. 지금은 퇴임을 하신 L상무께서 몇 번을 설득하신다고 찾아오셨다. 몇 번 같이 술을 마신적도 있었다. 나중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를 잘 챙겨주셨기도 한 고마운 분이다. 나를 인정해주는 분과 일을 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을 했기에 선뜻 조직을 옮겨 스마트폰 분야에서 자동차의 전장 분야로 전문 분야를 바꾸게 된다. 내게 있어서는 실로 커다란 변화였고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는 내 전문 분야다. 이게 다 안드로이드 뉴스라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나중에 다른 제목으로 쓰긴 할텐데 이 변화가 결국 해외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자동차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이 국내에서 안전벨트를 생산하던 모기업을 가지고 있던 벤쳐여서 아주 낯설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나를 신뢰해주는 보스와 함께하는 생활은 아주 좋았다. 인정을 받는 만큼 성과고 잘 뽑아냈다고 자평을 한다. 그러면서도 안드로이드 뉴스는 계속 발간 중이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안드로이드 뉴스를 중단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안드로이드 뉴스 수신인 중에는 모 전무님도 계셨고 몇 몇 상무님들도 계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건은 우리 연구소 소장, 모 상무님을 메일링 리스트에 추가하면서 터졌다. 사내 정보 유출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장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 인터넷 서핑을 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해 공유하는 것을 정보유출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중단하라고 했던 것이다. 말도 안되는 부당한 처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수직사회인 직장에서 그것도 연구소장의 지시는 거부할 수 없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모바일과 전장쪽 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서 했던 일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지금 당시의 메일을 찾아봐도 그때의 지시는 전혀 수긍할 수 없는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짧지 않았던 안드로이드 뉴스는 폐간을 당했다. 별도의 징계라도 있었다면 크게 반발했겠지만 그냥 중단하라는 지시 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크게 기억에 남는 일이지만 당시엔 팀장 주재 팀 회의에서 나온 지시사항이었고 나를 포함해서 누구하나 토를 달지 않고 넘어갔다.
당시 팀장님이 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어깨를 툭 치며 수고했다는 말이 마지막이었다.
한동안은 재미로 가끔은 의무감으로 했던 안드로이드 뉴스는 정말 어이없게 중단이 되었다.

